교육2013. 7. 15. 09:29

[출처]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agora/participant/read?bbsId=C001&articleId=124413&issueArticleId=340&issueBbsId=I001

 

 

세계에 유례없는 선행교육

윤유진(연구교수)

성균관대학교 사교육정책중점연구소

세계의 어느 나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울 공부를 방학 내내 학원에서 치열하게 공부를 할까요? 어느 나라 초등학교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공부하느라 지쳐 있을까요? 학교는 평가와 출석기능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입시를 위해서라면 학교는 정말 교육과정을 무시해도 좋은 걸까요?

외국의 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지금 이 땅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외국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집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선행학습은 당사자 뿐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비교육적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1. 왜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습흥미도가 세계에서 최저일까요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도 반복해서 들으면 내용을 이해하게 되고 학교에 가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모들은 자녀에게 선행교육을 시킵니다.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단편적으로 암기한 지식을 앵무새처럼 대답하기 때문에 그것을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 상태로 다음 진도를 나가게 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또 다른 내용이 추가되어 대부분은 사상누각이 되고 맙니다. 결국 아이는 학습에 대한 자기탐구의 능력상실하게 되고 학습 흥미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본인이 이해하려는 자세보다 타인에 의하여 지식이 습득되어지길 기대하는 수동적 학습태도를 갖게 됩니다.

문제풀이식 선행교육, 효과가 있을까요? 모든 교과가 다 그렇지만 특히 수학은 한 단원의 기본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서 응용문제로 깊이를 다진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만 소홀해도 새로운 수학 원리의 습득이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수학 교과의 계통성이라는 특성 때문으로 중학교 수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 고등학교 수학을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합니다.

선행교육으로 인해 당장 눈앞의 이득은 가져올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아이의 주체적 사고와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학생들이 읽기, 수학, 과학 성취도는 상위를 차지하지만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매우 낮고 자신감, 동기 부여 능력, 흥미도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흥미도가 동반하여 높은 현상과는 매우 큰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진정한 목표를 모른 채 진도만 빨리 나가 단순히 입시경쟁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데서 초래된 결과입니다.

2. 학교의 선행교육, 반드시 근절해야합니다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지난해 9월,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선행학습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받았다는 학생이 영어교과의 경우 27.9%, 수학은 21.8%로 나타나 영어의 경우 4명 중 1명이 공교육 선행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해서 학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행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교육과정 운영에서 문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수능을 대비하는 인문계의 경우 3년 교육과정을 2년 내에 마치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빨리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서는 빠른 학교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수업에 대한 부담이 커진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지니 자연히 상 ․ 하위권 학생 간에 수준 차이의 확대를 유발하게 됩니다. 교사들은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소수 학생을 위한 왜곡된 교육과정으로 흐르게 됩니다. 이것이 선행교육을 막기 위해서 정규 교육과정의 정상화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다른 하나는 특목고 입시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초 ․ 중학교 때부터 외국어고등학고나 과학고등학교 입시를 위하여 학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도 특목고 사교육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 놓고 있지만, 특목고 입시는 상당한 학습 수준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선행학습을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곳에 적응하려면 미리 배워두는 것이 고등학교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선행학습 만연 현상은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특목고를 대비하여 받던 선행교육이 일반 학생들에게도 확산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막기 위해 ‘공교육 정상화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3. 공교육 선행교육 금지법은 필요할까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한글 받아쓰기가 안된다 싶으면 교사는 부모에게 학원을 보내 공부를 시키라고 권유를 하기도합니다. 학생들은 학교수업이 사교육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아 사교육 없이는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과외금지조치 같은 강력한 정책으로 사교육 및 공교육 선행교육을 단박에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을 통한 공교육 선행교육 금지는 상징적 의미나 효과에 있어서 그 영향력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평가와 입시 정책을 통해 선행교육의 폐해를 방지하자는 것이 법의 근본취지라고 보여집니다. 고등학교 입시에 상위학교급에서나 볼 수 있는 시험문제가 출제되지 않으면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힘들여 고등학교 수학을 풀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대학입시에 지나치게 어려운 논술문제가 출제되지 않는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을 들여다보면, 학교 교육과정 및 평가 뿐 아니라 고입 및 대입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학과 학교는 자율권을 침해받는다고 우려합니다. 교사는 수준별 지도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하소연 합니다. 그러나 학교의 자율권을 위해 학생의 행복추구권이 담보될 수는 없으며 비교육적 행태는 더욱 묵인될 수 없습니다. 또한 ‘수준’별 지도란 학생의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흥미, 적성, 진로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이기에 선행교육이 허용되어야 수준별 수업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빈약합니다.

초등학교 수준을 넘어선 영어에 유창한 초등학생이라해서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문법 책을 공부하는 것이 수준별 교육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발달 단계에 적절한 언어의 정확도와 유창성, 그리고 자연스러운 의사전달 능력을 연마하는 것이 오히려 수준에 맞는 수업이 아닐까요.

5. 맺는 글

‘세계에 유례없는 과도한 선행교육’으로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심신이 병들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가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책과 수학책을 공부하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아동학대로 여겨져야 합니다. 더구나 교육과정이나 상급학교 입시에서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일은 여하한 경우라도 금지되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스포츠 및 취미활동 그리고 독서 등 여가생활을 통해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과도한 선행교육은 과도한 사교육비 낭비를 낳습니다. 더불어 심신이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행학습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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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선한열심